[FPN 최누리 기자] = 인천 전기차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관계인이 소방시설의 연동 기능을 인위적으로 막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소방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인천 청라동 제일풍경2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인천소방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장 조사에서 화재 발생 구역 주변의 스프링클러 밸브를 확인한 결과 솔레노이드 밸브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준비작동식 밸브 1차측과 2측 사이에 설치돼 클래퍼(밸브 내부의 개방 장치)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소방기술사 등 외부 전문가들도 지하 2층(펌프실) 소화수조의 소화용수가 90% 이상 채워져 있는 점과 소화펌프 주변에 물이 튄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인천소방은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자동화재탐지설비 제조업체로부터 화재수신기 로그기록을 복구해 분석했다. 그 결과 화재 직후인 오전 6시 9분(실제 시간 오전 6시 13분)께 화재수신기로 신호가 전달됐지만 관계자가 준비작동식 밸브를 정지시키는 연동 정지 버튼을 누른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수신기 설정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4분 느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기록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4분(실제 시간 오전 6시 18분)께 준비작동식 밸브의 연동 정지 버튼이 해제됐지만 오전 6시 12분(실제 시간 오전 6시 16분) 화재 발생 구역의 ‘중계기 선로 고장’ 신호가 수신기로 전달됐다. 이후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인천 소방 발표에 앞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과정에서도 해당 지하주차장의 준비작동식 밸브가 열리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준비작동식 밸브는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두 개의 감지기가 동작하면 가동된다. 화재수신기가 감지기로부터 관련 신호를 전송받으면 솔레노이브 밸브에 기동 신호를 내보내게 된다. 이렇게 수신기로부터 전달받은 신호를 기점으로 솔레노이드 밸브를 열어주는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스프링클러 배관에 물이 보내진다. 그러나 당시 솔레노이드 밸브는 작동하지 않았다.
인천소방은 아파트 관계자 진술 등을 추가로 확보해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위반 사항을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이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세워진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영유아 등 22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880대가 불타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출처 : FP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