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김태윤 기자] = 안전 분야 규제의 현주소를 살피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사)좋은규제시민포럼(이사장 강영철)은 지난달 28일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재난 및 안전 분야 좋은 규제 토론회’ 개최했다.
좋은규제시민포럼은 각 분야의 규제 현황을 살피고 불량 규제를 찾아 국회와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번 토론회는 제3차 정기포럼으로 소방ㆍ건설 분야 안전 관련 규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엔 강영철 이사장과 윤명오 공동대표, 김종석 상임고문 등을 비롯해 30여 명의 포럼 회원과 시민이 참석했다.
강영철 이사장은 “과연 우리의 안전 규제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는지 묻는다면 확실한 근거와 자료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 토론회가 안전 규제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논의하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1ㆍ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최영 FPN/소방방재신문 대표(소방제품 품질규제 현실 및 발전 과제),
2부는 안홍섭 (사)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국립군산대학교 명예교수)(건설사업의 사고와 부실 방지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향)이 각각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윤명오 공동대표(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이련주 규제청원위원장 ▲함승희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정석환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 소방용품 검인증 제도의 한계와 발전 저해 요인을 진단한 최영 대표는 ▲상세 기준 제시 방식의 고시 수준 기준
운영으로 신기술ㆍ신제품 상용화 어려움 ▲사전 제품 검사 중심의 품질 관리 체계 준용에 따른 적정 성능 유지 가능
기간 제시 부재 ▲선진국과 대조적으로 보험기관과의 연계성이 부재함에 따른 자율적 안전관리 견인 효과 미흡
▲자체 검인증 관련 기술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각종 심의ㆍ자문 과정의 투명성 부족 등을 문제로 꼽았다.
또 ▲검인증 기관 주도로 운영되는 ‘세칙’의 세부 이중 규제로 고시와의 ‘주객전도’ 문제 발생 ▲소방청 담당 부서
전문성 부족에 따른 검인증 기관의 기준 개정ㆍ운영 주도 현상 심화 ▲기술기준 적용 담당자별 해석ㆍ운영 방식에
따른 견해 차이로 제조업계의 불만 고조 ▲소방용품 검인증 기준의 일방적 개선과 소통 미흡에 따른 제조업계와의
잦은 마찰 야기 등도 지적했다.
소방용품 검정 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소방법 취지에 맞춰져 있다. 화재 시
소방시설로 피해를 줄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소방용품은 평상시 관심도가 거의 제로(Zero)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불이 났을 때 잠깐 관심을
두기도 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 일반인은 알 턱이 없다. 소방용품 검정 제도는
최소한의 품질 수준을 지킨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게 하고 결과적으로 관리적 한계성을 극복하게 해 준다.
이 같은 소방용품 검정 제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제안해 보겠다.
먼저 신기술ㆍ신제품 인증에 대한 애로가 크다. 화재안전기준에선 제품의 형상, 구조, 재질, 성분 등
모든 걸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떤 신기술이 들어왔을 때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인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기준 자체가 없거나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게 되면 제품의 검인증이 원천적으로 불가하게 돼 좋은 기술을
개발했을지언정 평가받기가 힘든 상황인 거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나 재질이 도입됐을 때 만약 이게 옳다는 판단이 이뤄지더라도 고시 수준의 법규를
개정하는 건 정말 오랜 기간이 걸린다.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이 걸리는 사례도 경험한 적 있다.
문제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소방청 소방산업과 공무원들의 인사 발령으로 도중에 업무가 멈추기도 하고
규제영향 분석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반려되기도 해 재입법 예고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분야 현실이다. 융통성이라는 걸 찾을 수 없다. 문구에 나와 있지 않고 근거가
없다며 일단 제동을 걸어버리는 행태가 강하게 나타난다. 진입 장벽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결국 소방 신기술의 탄력적 도입을 위한 제도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소방 검증기관 외에도 소방설비 안전센터라는 별도 기관에서 기술적 검토ㆍ심의를 거쳐 신기술을
인정하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제도적 여건 내에서 소방 신기술ㆍ신제품 설명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고시를 개정하자는
결론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성이 없는 전문가들이 심의 과정에 참여하는 등 애로가 있고 참여도
저조한 실정이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소방용품 기술기준의 합리적 개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기술기준위원회에 이해 당사자이자 기술적
전문성을 지닌 업체들도 공개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표출하고 타당성을 함께 검토하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잡음과 마찰은 계속될 거다.
소방용품과 화재보험을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이 보험료 할인 등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면서도
좋은 소방용품을 찾는 문화가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방용품 품질 관리에 대한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검인증 체계상 소방용품 설계, 제조, 자체 품질 유지 등
제조공정 품질 관리 시스템에 대해선 전반적인 확인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사실상 부품을 사다가 조립하거나
중국에서 싸게 들여와 저가 위주의 제품들을 생산하는 업체도 시험시설만 갖추면 되는 구조다.
이 경우 당장 검인증은 통과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내구성이나 품질에 대한 부분을 보장할 수 없다.